2010년 05월 19일 수요일... 오늘의 나로부터 내일의 님에게...


prologue

'문학소년' 이라는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별난 카테고리를 만든 이유는... 포스팅 땜빵용.. 이라고 적당히 둘러대겠습니다.
책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책을 자주 읽지도 않으면서.
문학소년이라는 이름의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더 나은 단어가 있다면.. 허락없이 바꿔주세요.
저에게 쓰는 일기랍니다. '오늘의 나로부터 내일의 님에게' 란 내일의 저에게. 라는 뜻입니다.
독자분들께 보내는 글이 아니니, 오해하지 않아주셨으면 하며 첫 글 프롤로그에 미리 적어둡니다.


...rule...
제목은 ". " 형식으로 고정합니다.
매일 써야할 필요 없습니다.
기억에 남길만한 것들을 되도록 상세하게 적으세요.
주제, 형식은 자유입니다.
보실때에는 글이 이상하다며 수정하거나 삭제하지 마세요. 초등학교때 그린 그림일기를 보면 재밌듯이. 이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body

*어서오세요.
학원이 끝나고 집에 오는 길.
매일같이 신촌에서 #번 마을버스를 탄다.
"어서오세요"
기사아저씨가 모든 손님에게 이 한 마디를 반복한다.
"어서오세요", "어서오세요", "어서오세요", "어서오세요", "어서오세요"...

사실 이 기사분을 보고나서. 이 친절하신 기사아저씨를 주제로 일기의 첫 장을 시작하고 싶었다.

이렇게 결심한지 거의 2주가 지난 오늘.
이 기사 아저씨를 다시 만나뵙게 되었다.
이때다. 하며 부리나케 집으로 뛰어들어와 동생으로부터 얼른 컴퓨터를 빼앗았다.

포스트 첫 제목. "어서오세요".. 얼마나 기분좋은 단어인가.
본적도 없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일일히 인사한다는 것. 할 수 있다고 해도 막상 해보려면 정말 어려울 것이다.
인사받는 승객들은 하나같이 대답이 없다. 물론 나 역시도 무심결에였을까.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 대답은 커녕 입도 열지 못한 채 언제나와 같이 카드를 찍고 가장 앞자리에 돌아 앉았다.

왜였을까.
다음에 뵈면 꼭 인사하자 마음먹었으면서도.. 오늘도 역시 똑같은 다짐을 하며 휴대폰을 열고 소설을 감상할 준비를 한다.

"출발합니다, 손잡이 꼭 잡으세요~"
"..."
"삐이---" 옆차의 경적소리가 대신 대답했다.

버스가 서서히 출발한다.
승객이 많았다. 자리에 앉지 못하여 서있는 사람이 대부분.
앞차와의 간격이 꽤 벌어졌는지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손님은 늘어만 갔다.
"조심히 살펴내리십시오~"
출입문 레버를 내리기 전 꼭 말씀하시는 문장이었다. 다른 버스에서는 들어볼 수 없는 인사였다.
그리고 역시나 모든 손님에게 "어서오세요" 인사를 아끼지 않으셨다.

**정문은 오늘따라 심하게 정체상태였다. 버스는 앞문 계단까지 꽉 들어찬 손님으로 그야말로 만원버스
나는 여전히 휴대폰 화면을 가득 메운 소설의 한문장 한문장을 읽어내려가는데에 몰두했다.

버스가 가속했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 손님이 없는 모양인지 버저에는 불이 꺼져있었다.
"다음 정류장 *** 내릴손님 안계시지요~?"
"..."
역시나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어느덧 내가 내릴 정류장.
**수산.
내릴 사람이 아무도 없을것 같아 사람이 많이 내리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 작정으로 잠자코 앉아있었다.
'이상한 사고방식이다' 라고 생각되어질지도 모르겠지만 나 하나로 인해 여러사람이 불편해지거나 하는건 되도록 피하려는 특성때문이랄까.. 심지어 버스 정류장 하나를 지나치는 수고를 꺼려하지 않는 정도로 말이다.
"살펴내리십시오~"
승객이 줄줄이 내린다.
역시 대답이 없다.

나는 앞문으로 부리나케 내린다.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 횡단보도 신호등이 있는데 이 신호에 걸렸기에 타는 승객은 저만치에서 뛰어오고 있었다.)
뒷문으로 하차하는 승객이 많았기에 나름대로 효율성을 생각해 앞문으로 내리자는 생각에서였다.

멍하게 집까지 걸어왔다.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집까지의 소요 시간은 약 6분. (원래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내렸다면 3분 거리이다.)
이 6분동안. 오늘 적어볼 이 글을 미리 생각해본다.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다.
오늘은 친절한 버스기사 아저씨를 만났다.
오랫만에 친절한 인사를 또다시 받았다.
내일은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
이러면서도.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다.


집.
현관문을 연다.
방에 들어와 컴퓨터 게임에 열중인 동생을 본체만체 하며 가방과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동생은 한참동안이나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손을 씻고 와서 동생에게 컴퓨터를 그만하라고 하는 나.
그에 대답하는 동생. "어"

한참 있다가 게임 종료 버튼을 누르고 모니터로부터 눈을 돌려 일어난다.


synopsis

하루에 몇마디 말을 할까요?
100마디..? 500마디..?
그 중 모르는 사람에게는 몇마디 말을 할까요?
0마디..? 10마디..?

저는 오늘 친구와 약 80마디의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선생님과 약 20마디의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엄마와 약 40마디의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동생과 약 6마디의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저는 오늘 모르는 사람과 0마디의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심지어 버스기사님의 인사에 하려고 마음먹었던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서오세요."
이 한마디를 들을 때면.
그제서야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입니다.

친구 사이에서도 "안녕" 이라는 인사는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인사없이 용건을 말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요.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에게 꼭 하던 인사. "안녕히주무셨어요".. 어느샌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 뿐만은 아니겠지만..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하루에 몇마디의 인삿말을 할까요?
내일. 세어봐야겠습니다.

"방문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좋은하루되세요."
인터넷에서는 쉽게. 아무렇지도 않게 써낼 수 있는 인삿말.
왜 입으로는 나오지 않는걸까요?

노력해야겠습니다.


epilogue

신촌 지하철 역을 통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중 곤란해하고있는듯한 일본인 두명과 길을 설명해주고있던듯 한 한국인 한분을 보았습니다.
일본인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정도의 영어 발음이 귓가를 건들였습니다.
'괜히 참견하지말자..'
저는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며 후회했습니다.
"도와줄껄.. 도와줄껄.."

왜 그렇게 생각되었을까요..? 모르는 사람에게 말거는게 참견이라고...
바뀌어야겠습니다.
반성하고있습니다.

내일의 나여. 용감해지세요.
내일의 나여. 당당해지세요.


2010년 05월 19일 수요일... 오늘의 나로부터 내일의 님에게...敬具
Posted by 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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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hy.C 2010.05.20 03: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합니다....솔직히, 다른 사람 일기를 읽는건 재밌어요(쓰는건 귀찮죠;;)
    초등학교 때? 친구들 일기장을 읽어봤던 기억도 나네요 ㅎㅎ
    저도 인터넷 상에서는 밝게? 사는것 같은데...
    현실에선 말도 적고? 자존심 세고?.. 말 하는 횟수가 저랑 비슷하네요...전 그나마 친구랑 하는 말도 주말 아니면 거의 없어요. 문자는 보내지만.....(?)
    이렇게 살다가...히키코모리?라고 하나...그렇게 되어버리지 않을지 조금 걱정이 되긴 하네요.

    • BlogIcon 승호/ 2010.05.20 04: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으흙.. 정말 그랬습니다.. 엄청 귀찮아서.. 뒷부분으로 갈수록 막써내려버렸습니다.. ㅠㅠ


      히키코모리.. 좋지요 ㅎㅎㅎㅎ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는 1人.. (퍽)

    • BlogIcon hy.C 2010.05.20 04: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아까 네이버 메인에 뉴스 들락날락 거리다...일본에 어떤 히키코모리가 가족 살해했다는 기사 보고 충격 먹었는데...+_+ "설마 내가...." 이러면서 망상도 해버리고요 ㅠㅠ;;;;

    • BlogIcon 승호/ 2010.05.20 2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삭막하네요..;;
      히키코모리가 살해라니 ㄷㄷ;;

      (착한히키코모리가됩시다..) /..?